[편집인 칼럼] ; 가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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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장익진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가 자취를 감추고,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계절이 돌아왔다. 문을 열고 나설 때 무심히 코끝을 스치는 서늘한 공기 속에는 묘한 설렘을 자아내는 보이지 않는 흔적이 담겨 있다. 바로 가을의 향기다.
가을의 향기는 어느 한 가지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오묘한 겹을 지니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것은 눈이 아니라 코끝이라는 말이 있듯, 가을의 냄새는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을 가장 깊숙이 일깨워 준다.
잘 익은 과일의 달콤함: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사과와 붉게 물든 감이 무르익어가는 과수원의 풍요로운 냄새. 마른 낙엽의 쌉싸름함: 바닥에 쌓인 나뭇잎들이 서서히 대자연으로 돌아가며 뿜어내는 깊고 그윽한 흙과 나무의 냄새.
밤하늘을 닮은 서늘한 바람: 늦여름의 습기를 씻어내고 온 대기를 정돈하는 청량하고 투명한 공기의 감각.
가을 향기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후각적 경험을 넘어 그리움과 추억을 소환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던 산책길, 가을볕에 말려진 이불에서 나던 포근한 냄새,
혹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마주한 높고 파란 하늘 아래의 냄새까지. 가을은 코끝을 스치는 향기 하나로 우리를 지나온 여러 계절의 추억 속으로 데려다 놓는다.
올가을에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깊게 숨을 쉬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계절의 온기와 자연이 건네는 무언의 위로가 그 향기 속에 가득 담겨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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