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 돈이 법을 지배하는 비구탄 외국인 구치소-(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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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장익진
법의 장막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자들과 부패한 공권력이 손을 잡는 순간 그 장막은 철저히 사유화된다.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타기그 시에 위치한 **비구탄 외국인 구치소(Bicutan Immigration Detention Center)**는 바로 이 '법의 사유화'가 가장 적나라하게 벌어지는 온실이다.
불법체류자와 범죄 수배자들이 본국 송환을 앞두고 임시로 머무는 이 시설은, 오랫동안 공권력과 돈이 빚어낸 거대한 비리의 상징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유전무죄'의 요람, 금품이 만드는 특혜의 풍경
비구탄 구치소 내부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법칙은 법률이나 규정이 아닌 **'자본주의적 논리'**다. 이곳에서 돈은 곧 자유이자 권력이다. 규정상 엄격히 통제되어야 할 통신기기와 전자기기는 교도관과의 은밀한 거래 속에 버젓이 반입된다.
실제로 외국인 범죄자들이나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구금 중에도 뇌물을 주고 휴대폰을 사용하며,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수감 생활을 중계하거나 내부 실상을 조롱하듯 폭로하는 일들이 반복되어 왔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필리핀 당국은 구치소 소장을 경질하고 관련 인력을 무더기로 해임하며 자정을 공언하지만, 이는 잠시 쏟아지는 여론의 눈치를 보기 위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처방에 그칠 뿐이다. 통제력을 상실한 감시망 아래서 교도관과 수감자의 유착은 구조적 카르텔로 단단히 뿌리내려 있다.
►송환을 거부하는 '꼼수'와 뚫린 감시망
비리의 해악은 단순히 내부의 안일한 특혜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은 중범죄자들이 강제 송환을 피하기 위해 치밀한 지연 작전을 펼치는 전초기지로 악명 높다.
일부 수배자들은 현지 브로커와 결탁해 고의로 가짜 소송을 만들거나 사법 절차를 늘어지게 만드는 수법으로 본국 송환을 수년간 회피한다. 이 과정에서 공권력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대담한 탈옥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며,
도주한 범죄자들이 외부에서 또 다른 초국적 범죄(마약 유통 등)의 거물로 거듭나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최전선에서 불법을 차단해야 할 이민국 구치소가 도리어 범죄 카르텔의 피난처이자 비호막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스템의 붕괴가 던지는 경고
비구탄 구치소의 부패는 단순한 한 국가의 행정 착오나 일개 교도관들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그것은 공공 시스템이 감시받지 않을 때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정의가 돈에 매수되고, 국가의 구금 시설이 범죄자들의 안식처로 전락하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양국의 선량한 시민들과 공정한 법 집행의 몫으로 돌아온다. 비구탄이 철저한 정화와 구조적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이곳은 영원히 '법이 멈춰 서고 돈만 흐르는' 부패의 낙원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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